나에게 여행은 쉼표였다: 제주 한달살기
삶이 버거울 때, 우리는 종종 어딘가로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쉼’은 사치처럼 느껴지고, 마음속에는 점점 무게가 쌓이죠. 저 역시 그런 시기에 접어들었을 때, 조용히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꼈고, 선택한 것은 바로 ‘제주 한 달살기’였습니다.
제주는 언제나 여행지로서 매력적인 곳이지만, 짧은 휴가가 아닌 장기 체류를 통해 천천히 섬을 느끼고 싶다는 생각은 전혀 다른 접근이었습니다.
왜 제주였을까?
처음엔 멀리 떠나고 싶었습니다. 해외도 생각했지만, 현실적인 제약과 언어의 벽, 거리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할 때, 국내에서 이토록 색다른 공간은 제주 외엔 없었습니다. 바다가 있고, 숲이 있으며, 어느 정도의 인프라도 갖춰진 곳. 그러면서도 서울과는 전혀 다른 리듬으로 살아가는 섬. 이 모든 조건을 만족시키는 곳이 제주였습니다.
무엇보다도 제주에는 이미 ‘한달살기’ 문화가 어느 정도 자리 잡혀 있어, 장기 숙박이나 차량 렌트, 생활 인프라에 대한 부담이 적은 것도 큰 장점이었습니다.
숙소는 어떻게 선택했나?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머물 곳을 정하는 것은 꽤 중요한 문제였습니다. 저는 조용한 환경을 선호해서 제주시 외곽에 위치한 애월읍의 단독 게스트하우스를 선택했습니다. 바다와 가까우면서도 번화가는 멀리 떨어져 있어, 글을 쓰고 생각을 정리하기에 좋은 환경이었죠.
숙소를 고를 때 가장 중요하게 본 기준은 세 가지였습니다. 첫째, 와이파이 속도. 재택 업무와 온라인 작업이 필요했기 때문에 안정적인 인터넷 환경은 필수였습니다. 둘째, 주방 시설. 식비를 절약하고, 건강한 식단을 유지하기 위해 기본적인 조리 환경은 꼭 필요했습니다. 셋째, 주차 가능 여부. 렌터카를 이용했기 때문에 숙소 주변 주차 환경도 중요한 조건 중 하나였습니다.
교통은 어떻게 해결했을까?
제주도는 생각보다 면적이 넓고, 관광지나 편의시설이 분산되어 있기 때문에 렌터카가 사실상 필수입니다. 저는 비교적 저렴한 경차를 한 달 단위로 렌트했으며, 연료비도 부담이 적어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운 선택이었습니다.
물론 대중교통도 있지만,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움직이기 위해서는 렌터카가 훨씬 유리합니다. 혹시 렌트비가 부담된다면, 장기 렌트 할인이나 지역 렌터카 업체에서 중고차 장기 대여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실제로 제가 머물던 숙소 근처에는 렌터카보다 저렴한 월 단위 차량 대여 서비스를 운영하는 곳이 있어, 장기 체류자들에게 인기가 많았습니다.
경비는 얼마나 들었을까?
사람마다 생활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정해진 정답은 없지만, 제가 지출한 금액을 기준으로 말씀드리면 숙소비, 차량 렌트, 식비, 관광, 기타 생활비까지 포함해 약 200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들었습니다.
식비는 주로 직접 장을 봐서 해 먹는 식으로 절약했습니다. 제주 시내에 있는 대형 마트는 물론, 지역 재래시장에서도 신선한 해산물과 채소를 구할 수 있었고, 가격도 도심보다 저렴한 편이었습니다. 관광지는 주로 자연 명소 위주로 다녔기 때문에 입장료나 체험 비용은 상대적으로 적게 들었습니다.
일상이 된 여행
처음 제주에 도착했을 땐 여행자처럼 움직였습니다. 사진 찍고, 유명한 맛집에 가고, 관광지를 돌며 체크리스트를 지우듯 다녔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여행은 ‘일상’으로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마트에 가서 장을 보고, 아침에 산책을 하고, 오후에는 노트북 앞에 앉아 글을 쓰고, 저녁엔 동네 밭을 산책하며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소 중 하나는 곽지해변이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애월 해변을 찾지만, 곽지해변은 상대적으로 한적하고, 해 질 무렵 산책하기에 너무나 좋은 곳이었습니다. 또 한라산 둘레길도 자주 찾았는데, 사람도 적고 조용한 숲길에서 걷는 시간이 마음을 정리해 주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이런 사람에게 추천합니다
제주 한달살기는 누구에게나 맞는 여행은 아닙니다. 단기 여행처럼 바쁘고 다양한 코스를 원하는 사람보다는, 조용한 환경에서 자신만의 리듬으로 살아보고 싶은 사람, 자연과 가까이에서 마음을 회복하고 싶은 사람, 재택 업무와 휴식을 병행하고 싶은 사람에게 더 잘 맞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워케이션’ 형태로 제주에 머무는 프리랜서나 디지털 노마드가 많아졌습니다. 숙소에서도 고속 와이파이, 모니터 대여, 커뮤니티 공유 공간 등 다양한 옵션을 제공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어, 일과 삶의 균형을 찾기에도 좋은 환경입니다.
제주 한달살기를 준비하는 분들을 위한 팁
- 숙소 예약은 미리: 특히 성수기(봄, 가을)에는 장기 숙박 가능 숙소가 빨리 마감되니 최소 한 달 전에는 예약하는 것이 좋습니다.
- 지역 별 분위기 파악하기: 동부와 서부, 남부의 분위기와 편의 시설 차이가 크므로 목적에 맞게 선택하세요.
- 인터넷 환경 꼭 확인: 재택 업무나 온라인 학습을 하려면 와이파이 품질이 매우 중요합니다.
- 장기 렌트 할인 활용: 렌터카 비용 절약을 위해 30일 이상 대여할 경우 할인 혜택을 꼭 확인하세요.
- 관광보다 일상을 우선: 한 달 동안 매일 관광지를 다니면 금세 지칩니다. 나만의 루틴을 만들고 여유롭게 보내는 것이 핵심입니다.
마무리하며: 쉼표, 그 이상의 경험
제주에서의 한 달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었습니다. 나를 되돌아보고, 재정비하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준비의 시간이었습니다. 매일 보던 바다와 하늘, 바람의 냄새, 사람들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제게는 삶을 회복시켜 주는 치유의 요소였습니다.
여행이 아닌 삶으로서의 제주.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관광지일 수 있지만, 저에게는 ‘쉼표’였습니다. 그리고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더라도 그 쉼표 덕분에 더 힘차게 달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